
국내 7개 대학병원 연구팀, 관상동맥 조영술 환자 1,003명 분석
'미세혈관 기능장애' 동반 시, 심혈관 질환 위험 1.91배 상승
큰 혈관뿐만 아닌, 미세혈관의 기능 저하도 확인해야

심장 미세혈관 고장 나면 사망·심근경색 위험 1.9배 높인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검사를 받은 환자에서 심장 미세혈관 기능 이상이 있으면 주요 심혈관 합병증 발생 위험이 1.91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 7개 3차 의료기관 공동 연구팀은 관상동맥 조영술(심장 혈관에 조영제를 주입해 혈관 상태를 촬영하는 검사)을 받은 1,003명을 대상으로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 이상의 유병률과 예후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 같은 미세혈관 이상의 규모와 위험성을 대규모로 확인한 연구가 부족했던 만큼, 이번 결과는 심장 검사와 치료 방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전남대병원 등 국내 7개 대형 병원 연구팀은 2022년 4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가슴 통증 등 심장 이상 증세로 정밀 혈관 검사(가는 관을 혈관에 직접 넣어 심장 혈관 내부를 들여다보는 검사)를 받은 환자 5,764명 중, 분석 조건에 맞는 1,003명(남성 756명, 여성 247명)을 추려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수치를 기준으로 미세혈관의 기능을 평가했다. 하나는 심장이 더 많이 뛸 때 혈류가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를 보는 수치(관상동맥 혈류 예비능)이고, 다른 하나는 가는 혈관 안에서 혈액이 흐를 때 얼마나 저항을 받는지를 측정한 수치(미세순환 저항지수)다. 혈류가 충분히 늘지 않으면서(2.0 미만) 저항도 높은 경우(25 이상)를 '미세혈관 기능장애', 즉 심장의 아주 가는 혈관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로 정의했다. 이후 환자들을 평균 약 1.9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심장 표면의 굵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환자 573명 중 123명(21.5%)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굵은 혈관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환자 430명 중에서도 40명(9.3%)에게서 미세혈관 이상이 발견됐다. 굵은 혈관이 정상이더라도 가는 혈관에는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이후 경과였다. 사망·심근경색·재시술·심부전 입원을 모두 합친 '주요 심장 사고'가 2년 안에 발생한 비율을 보면, 미세혈관 기능장애가 있는 환자(163명)에서는 26명으로 추정 발생률이 18.8%에 달했다. 반면 미세혈관이 정상인 환자(840명)에서는 70명으로 추정 발생률이 10.5%였다. 위험도로 환산하면, 미세혈관 기능장애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주요 심장 사고를 겪을 위험이 1.9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도 우연이 아닌 의미 있는 차이다.
이는 굵은 혈관 검사에서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더라도, 가는 혈관에 숨어 있는 위험은 놓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슴 통증 등으로 심장 검사를 받는 환자라면 굵은 혈관뿐 아니라 미세혈관의 기능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이주명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논문에서 "심장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굵은 혈관 질환과 함께 나타나며, 주요 심장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세혈관 기능장애는 그동안 충분히 진단되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는 심장 검사 과정에서 이를 함께 확인해 환자의 위험을 더 정밀하게 예측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영문 논문 제목: 관상동맥 미세혈관 기능장애와 심혈관 예후-다기관 FLOW-CMD 레지스트리: 한국의 전향적 다기관 코호트 연구)는 2026년 5월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게재됐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