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강한 자외선은 단순한 피부 손상을 넘어 피부 암까지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흑색종은 일반적인 피부암과 달리 육안으로 구별이 어렵고 전이 가능성도 높아 가장 악성도가 높은 피부암으로 꼽힌다.
피부암은 멜라닌 색소가 적은 백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피부암 발생 건수는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외선 노출이 급증하는 여름을 앞두고, 피부과 박상현 교수(가천대 길병원)와 함께 흑색종의 증상과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국내 피부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흑색종, “조기 발견 어렵고, 진행 속도 빨라 치명적”
피부암은 크게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그리고 악성 흑색종으로 나뉜다.
기저세포암은 표피의 최하층인 기저층 또는 모낭을 구성하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전이가 드물며,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한다. 편평세포암은 표피의 각질형성 세포에서 유래한 악성 종양으로, 종양의 크기나 깊이, 발생 위치,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전이 가능성과 생물학적 양상이 기저세포암보다 복잡한 것이 특징이다. 두 암종 모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피부암 유형으로 꼽힌다.
반면, 흑색종은 피부의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며,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행 속도가 빠른 치명적인 암으로 꼽힌다. 박성현 교수는 “흑색종은 주로 햇빛에 자주 노출되는 두피, 등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점과 구분이 어렵고 자가 진찰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 내원했을 때,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기 흑색종은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된 후 발견 시에는 생존율이 약 35%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흑색종은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보다 전이가 잘 되고, 신경과 혈관 주변으로 침윤하는 경우도 많아 수술 경계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답하며, “특히 피부의 말단 부위나 점막에 발생할 경우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재발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흑색종, “경계 불규칙한 형태, 색깔도 일정하지 않아”∙∙∙ ABCDE 법칙으로 진단 가능
흑색종은 흔히 볼 수 있는 점과 겉모습이 비슷해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점은 모양이 대칭적이고, 경계가 뚜렷하며, 색이 균일하고 크기 변화가 거의 없다. 반면, 흑색종은 모양이 비대칭적이고, 경계가 불규칙한 형태를 띠며, 색이 균일하지 않고 점차 커지는 특성을 보인다. 박상현 교수는 “일반 ‘점’과 구분이 어려워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급속도로 악화되고 피부 결절과 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차 감염의 위험이 커지고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흑색종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되는 ABCDE 법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흑색종 진단 ABCDE 법칙]
Asymmetry (비대칭성)
- 병변의 한쪽이 다른 쪽과 다름, 즉 비대칭이다
Border irregularity (불규칙한 경계)
- 병변의 경계가 불규칙하거나 뚜렷하지 않다
Color variegation (다양한 색깔)
- 병변의 색깔이 균일하지 않고 다양하다
Diameter (6mm 이상의 크기)
- 지우개가 달린 연필의 지우개 크기보다 크다, 이 경우 악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Evolution (크기∙모양 변화)
- 시간에 따라 점차 병변의 크기, 색깔, 모양이 바뀐다. 이 또한 악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흑색종, “공격성·전이 가능성 높아”… 뿌리까지 제거하는 모즈미세도식수술 효과적
흑색종은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과 달리 연속적으로 퍼지지 않고, 불규칙하게 증식하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병변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이나 혈관 주변까지 침투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시 정확한 절제 범위를 설정하기가 어려운데, 이러한 경우 활용되는 치료법이 바로 모즈미세도식수술(Mohs Micrographic Surgery)이다.
모즈미세도식수술은 병변을 절제한 뒤 즉시, 제거한 조직을 현미경으로 정밀 분석하여 암세포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때문에 피부암을 뿌리까지 완전히 절제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수술 방법이다. 만약 피부암의 뿌리가 깊거나 넓게 퍼져 있다면, 약 세 번 정도의 수술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모즈 수술과 유사하지만 더 정밀한 접근이 가능한 PDEMA 시술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 외출 시, 자외선 차단 신경 써야
흑색종을 비롯한 피부 질환을 예방하려면 자외선 차단이 최우선이다. 박상현 교수는 “외출 시에는 모자나 긴소매 옷 등으로 피부를 보호하고, 외출 30분 전 충분한 양의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며 “장시간 야외 활동 시에는 2시간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최근 레이저 시술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별다른 진단 없이 점을 제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만약 그 부위가 단순한 점이 아닌 악성 흑색종일 경우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자극으로 인해 병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점 제거 전에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