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은 혈관 속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서서히 혈관 건강을 해치는 질환이다.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심장질환, 뇌졸중 같은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복부비만을 동반할 경우, 혈관 손상과 대사 이상이 복합적으로 악화되며 질환의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 이기영 교수(가천대학교 길병원)는 “이상지질혈증은 조용히 진행되다가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비만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은 혈관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비만이 만든 지질 대사 이상, '혈관 청소 시스템' 붕괴
중성지방은 체내에서 합성되어 에너지원으로 저장되거나 필요시 분해되어 사용되는 지방의 한 형태로, 정상 범위 내에서는 생리적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비만 상태에서는 중성지방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혈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LDL-C)의 생성을 촉진하고,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HDL-C)의 분해를 가속화해 혈관 보호 기능이 약화된다.
이기영 교수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면 LDL-C가 증가하고, HDL-C는 감소하는 이중 작용으로 인해 동맥경화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며, “특히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여러 물질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혈관 이완 기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대사 이상까지 심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지질 대사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는 과식, 운동 부족, 당분 과다 섭취, 과음, 흡연,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특히 육류나 버터 등 동물성 지방은 LDL-C 수치를 높이고, 과자·주스·당분이 많은 과일 등은 중성지방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HDL-C를 낮출 수 있다. 비만으로 인한 생활습관이 혈중 지질 수치에 복합적인 악영향을 미치며, 이상지질혈증의 위험을 더욱 키우는 셈이다.
이상지질혈증, 수치만 볼 일 아니다…이제는 ‘위험도’까지 평가
이상지질혈증은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상태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총 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LDL-C 160mg/dL 이상 △중성지방 200mg/dL 이상 △HDL-C 40mg/dL 이하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진단된다.
기존에는 LDL-C 수치가 130~160mg/dL 범위에 있을 경우, 생활습관 개선을 우선 시행하고 이후 수치 변화에 따라 약물 치료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 수치 기준이 아닌,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도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치료 기준이 바뀌었다.
심혈관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생활습관 교정이 우선이며, 질환이 있거나 위험 인자가 두 가지 이상이면 LDL-C 수치가 130mg/dL 이상인 경우에도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이기영 교수는 “혈중 지질 이상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정기적인 검진 없이는 쉽게 지나칠 수 있다”며, “혈관에 지방이 쌓이면서 조용히 동맥경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DL도 예외는 아니다…‘좋은 콜레스테롤’ 관리가 핵심
HDL-C는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며, 혈관 속 LDL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해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수치가 낮을 경우 동맥경화, 심장질환,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 HDL-C 수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 체중 감량, 금연, 불포화지방 섭취가 효과적이다. 다만 이기영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HDL-C 수치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오히려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며, “관련된 원인을 밝히기 위한 대규모 역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식이요법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유사하게 건강한 식습관을 지향하지만, 특히 ‘지방 조절’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혈압 환자가 나트륨을, 당뇨병 환자가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처럼,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을 줄이고 불포화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콜레스테롤의 약 80%는 간에서 합성되며, 이 과정에 탄수화물 섭취가 영향을 미치므로 단순당 섭취도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통곡물, 채소, 콩, 생선 등으로 구성된 식단과 더불어 트랜스지방이 많은 가공식품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의 시작은 생활습관, 약물 병행 시 모니터링 필수
스타틴계 약물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표준 약제로,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간혹 근육통이나 간기능 이상 같은 경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는 횡문근융해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기영 교수는 “약물 치료 이후에는 이러한 부작용의 발생 여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생활습관 개선과 병행해 장기적인 관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지질혈증은 단순히 혈중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만과 함께 전신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 질환이다. 특히 혈관 손상과 대사 기능 저하가 함께 진행되면 심혈관 사고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조용히 진행되는 질환 특성상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과 혈중 지질 수치 확인을 통해 조기 진단하고, 체중 감량과 식이 개선, 운동 습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