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성 통풍 발작은 추운 겨울철 빈번하게 발생한다 | 출처: Gemini
흔히 '통풍'이라고 하면 시원한 맥주와 치킨을 즐기는 여름철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맥주 속 퓨린은 요산 수치를, 고칼로리인 치킨은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풍 환자들에게 진짜 고역인 계절은 찬 바람이 매섭게 부는 겨울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체내 요산이 결정체로 변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데다, 연말연시 술자리와 고칼로리 식단이 더해져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통풍 발작이 빈번해지는 이유와 함께 다른 관절 통증과의 차이점, 치료와 관리법을 알아본다.
겨울 추위, 연말 술자리… 요산 배출 가로막아
통풍은 체내에 과잉 축적된 ‘요산’이 결정체 상태로 관절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음식물이 소화된 후 나오는 최종 대사산물로, 혈액 내에 녹아 있다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요산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통풍 발작 위험이 커진다.
이에 대해 류마티스내과 여지나 교수(가천대 길병원)는 “낮은 기온에서는 요산 결정의 용해도가 감소해 관절 내 결정이 쉽게 침착되며, 겨울철 활동량 감소와 수분 섭취 부족으로 혈중 요산 농도가 상승해 겨울철 통풍 환자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연말연시 모임에서의 음주, 고열량 식사는 통풍 발작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여 교수는 “알코올은 그 자체로 요산 수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신장에서의 요산 배설을 억제하여 통풍 발작의 대표적인 유발 요인”이라며 “술과 곁들이는 육류나 해산물 위주의 식단 역시 요산 생성을 촉진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겨울에는 여름보다 땀이 적게 나고 갈증을 덜 느껴 수분 섭취가 줄어드는데, 이는 혈중 요산 농도를 상대적으로 높여 발작 위험을 키운다.
여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연말연시에 통풍 발작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송년회에서 과음한 다음 날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외래나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흔해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고했다.
스치기만 해도 ‘악!’… 단순 관절 통증과 차원 달라
통풍은 ‘아플 통(痛)’과 ‘바람 풍(風)’으로 합쳐진 이름으로, 바람만 스쳐도 아플 정도의 극심한 고통을 의미한다. 주로 발가락, 손가락, 발목, 무릎 등 관절 한 곳이 빨갛게 부어 오르며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과 함께 발열, 오한이 동반된다. 주로 밤이나 새벽에 증상이 시작돼 24시간 이내에 통증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지나 교수는 “급성 통풍 발작은 아주 갑작스럽게 시작되고 통증이 매우 심하다”며 “환자들 대부분은 밤새 통증으로 잠을 못 잤다거나, 하루 사이에 발가락이 부어 걷기조차 힘들다고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반적인 관절염이나 관절 통증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많이 사용하는 관절을 주로 침범한다는 점에서 급성 통풍 발작과 확연히 구별된다. 관절의 말단 부위에 ‘악’ 소리가 날 만큼 심한 통증이 밤에 유독 심해진다면 통풍일 가능성이 높다.
통증 사라졌다고 완치? 임의로 약 끊으면 재발돼
통풍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완치보다 평생 조절해야 하는 만성 질환에 가깝다. 민간요법이나 식단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관절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는 급성 발작 치료와 요산 저하 치료,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급성 발작 치료는 통증과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것이 목표다. 이 단계에서는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며 소염진통제나 전용 약물(콜히친 등), 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된다. 다만 환자의 기저질환이나 상태에 따라 약제 선택이 달라질 수 있어 가능한 한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다음 단계인 요산 저하 치료는 재발을 막기 위한 장기적인 과정이다. 여지나 교수는 “통풍은 재발을 반복할수록 관절 손상, 합병증 위험이 커지는 만성 질환이므로 ‘혈중 요산 수치’를 목표 범위 내로 유지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때 요산 생성 억제 및 배출을 유도하는 요산 저하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데, 중요한 점은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 교수는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요산 수치가 정상이 된 것은 아니다.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요산이 다시 결정체를 만들고 증상이 재발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여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풍은 ‘관리’하는 병… 겨울철 건강 지키는 생활수칙
통풍은 올바르게 관리한다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다. 특히 증상이 악화되기 쉬운 겨울철에는 보온, 수분 섭취, 식단 관리에 더욱 신경 쓰면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먼저 말초 관절이 추위에 노출되면 통풍 발작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두꺼운 양말, 장갑, 방한화 등을 착용해 손과 발 등 관절 부위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셔서 요산 배출을 도와야 한다. 단, 과당이 많은 과일주스나 탄산음료는 요산 수치를 높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연말연시 모임에서는 과음을 피하고 육류 내장 등 고퓨린 음식 섭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며, 가벼운 실내 운동으로 활동량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여지나 교수는 “이미 요산 저하 치료를 받고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겨울철 급성 통풍 발작 없이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일상 속 생활 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